안녕하세요 오늘은 일본 메밀소바를 먹으면 치료되는 병에 대해 글을 작성해보고자 합니다. 수많은 의약품과 다양한 음식들이 있는데 왜 메밀소바를 먹으면 치료되는 병일까? 그 궁금증을 바로 해소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각기병 (에도병)
18세기부터 일본에는 에도병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에도는 동경을 이르는 옛 말인데 여기엔 쇼군이 살았기 때문에 사실상 수도였습니다. 에도에 거주하고, 에도에 갔다만 오면 걸리는 이상한 풍토병이 바로 각기병 즉 에도병이었습니다.
각기병의 정의
각기병은 비타민 B1 결핍으로 인해 신경계와 심혈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질병입니다. 비타민 B1은 탄수화물 대사와 신경 기능에 필수적인 영양소로, 부족하면 에너지 생산이 원활하지 못해 여러 증상이 나타납니다.
- 주요 증상
- 습성 각기병: 심혈관계 이상(부종, 심부전 등)
- 건성 각기병: 신경계 이상(사지 저림, 근육 약화 등) 심한 경우, 치명적일 수 있음
18세기 일본의 상황
- 사회적 배경
18세기 일본은 에도 막부 시대(1603-1868)로, 상대적으로 평화로운 시기였습니다. 이때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 지역에 몰려들어간 도시 노동자나 소상공인 대부분이 에도병에 걸렸는데요. 당시 에도병에 걸리는 원인은 잘 몰랐지만 어째서인지 부자들과 시골 사람들은 안 걸리고 유독 도시의 서민들한테서만 자꾸 발병하는 이상한 질병이었습니다.
하지만 발병하는 단서 딱 하나는 있었는데 그것은 콩, 보리, 팥, 메밀 같은 잡곡을 먹으면 질병이 사라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에도병으로 고생했던 에도 사람들이 찾아낸 확실한 민간요법이었습니다. 이 덕분에 에도 지역에서 메밀소바집이 많아지고 또 유명해질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느정도였냐하면 각기병에 걸렸다 하면 소바 한 그릇 먹는 것 말고는 해결책이 딱히 없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럼 대체 에도병의 발병 원인은 무엇이었을까요?
- 식생활의 변화
사실 에도병의 발병 원인은 바로 타이민이라는 물질 즉 비타민 B1이 부족해서 생기는 병입니다.
비타민 B1은 인체의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는 핵심 영양소로서 아주 소량으로도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물에 녹는 수용성 비타민이라 배출이 빠르다는 특성이 있어서 약간씩이라도 꾸준히 섭취해 줘야 정상적인 신체 기능을 유지할 수가 있습니다. 이 소량의 에너지가 섭취가 되지 않을 시에는 세포가 에너지를 만들지 못하고 또 신경 전달 물질도 부족해지기 때문에 결국 힘이 빠지다가 걷지 못하고 주저앉게 됩니다.
메밀 소바가 특효약이었던 원인은 바로 메밀에 비타민 B1이 풍부하게 들어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비타민 B1이라는 것이 귀한 영양소인가?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콩, 감자, 돼지고기 같은 식재료에도 풍부하게 들어있습니다.
에도사람들이 비타민 B1이 부족했던 이유
예로부터 동아시아인 들은 쌀 문화권으로 쌀밥이 주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쌀도 급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그 당시 도정도가 높을수록 고급 쌀로 취급을 받았습니다.
- 도정이란?
곡식 낱알에서 껍질과 씨눈 같은 부분을 벗기고 갈아내는 작업
*전근대 시대에는 도정 작업이 중노동으로 취급되고 쌀의 손실률도 높았기에 백미가 귀했고 주식은 현미였다. 하지만 18세기가 되고 일본에서는 도정 기술이 발전하여 에도시민 한정으로 어느 정도 도정이 된 백미를 구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쌀 같은 경우 도정이 많이 될수록 흰색 탄수화물 부분만 남아서 밥이 훨씬 부드럽고 맛있어지는 것은 물론 쌀의 보관 기간도 증가, 밥 짓는 시간도 짧아져서 아주 인기가 많았습니다. (도정이 안 된 것은 현미, 도정이 된 것은 백미)
사실 쌀에 포함된 영양소 대부분, 특히 비타민 B1이 쌀의 겉 부분과 씨눈에 집중돼 있는데 이걸 다 갈아버리고 탄수화물만 먹으니 영양에 불균형이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습니다. 근데 반찬도 같이 먹으면 괜찮지 않으냐? 맞습니다 그럼 괜찮았죠. 하지만 에도 사람들은 반찬을 먹지 않고 백미만 주구장창 먹었습니다.
사실 안 먹은 게 아니라 먹지 못했던 것입니다.
에도 막부의 금지령
벽돌로 집 짓는 중국, 황토로 집 짓는 한국이라는 달리 일본은 예로부터 목조 주택이 주류였고 화재에 대해 엄청난 피해가 있어 걱정도 많았었습니다. 에도에 인구가 하도 많아지니 한 번 화재가 나면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피해가 예상되었고 에도 막부에서는 에도 성내에서는 집 안에서 불을 피우지 말라고 금지령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메이레키 대화제 참고
그 결과로 에도 사람들은 시내에 나갔을 때 노점에서 음식을 사 오거나 마을마다 있는 공동 부엌에서 순서를 기다려 밥을 지어야 되었습니다. 문제는 현미가 백미에 비해 밥 짓는 시간이 훨씬 오래 걸렸다는 것. 그때부터 에도 사람들은 현미가 아닌 비싼 백미를 사다 먹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돈이 많은 사람들이야 반찬을 먹을 수 있겠지만 서민들은 매일 하얀 쌀밥에 소금 쳐서 주먹밥을 먹을 수 밖에 없었죠. 그것이 비타민 B1이 부족해 에도 사람들은 각기병에 걸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각기병이 한 때 에도병이라 불리며 도시 사람들만 걸리는 이상한 병으로 알려졌던 것입니다. 그리고 메이지 시대 이후에는 도정기술이 더 발전하다보니 너도나도 흰 쌀밥을 찾느라 일본 전역에 에도병이 퍼지게 된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마무리
오늘은 18세기 일본 사람들이 걸렸던 에도병 즉 각기병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시대에 따라 식습관에 따라 나타나는 질병 현대에 와서는 걸리기 쉽지 않은 질병이 당시에는 일본이라는 나라에 심각한 질병이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일본에서 각기병이 가장 크게 문제가 된 집단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다음 포스팅에서는 이 집단에 대해서도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이상으로 포코차의 세상만사였습니다. 감사합니다.